엊그제 입춘이 지났어도, 아직 쌀쌀한 바람이 가시지 않았다.
먼 산마루에 희끗희끗 보이는 것은 겨울동안에 쌓인 흰 눈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 싶었다.
그러나 눈길을 아래로 돌려서 있는 곳 바로 밑을 내려다보면 오솔길 섶의 볕이 바른 곳에는 파릇파릇한 풀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.
그 곳은 흙도 포근하고 입으로 불면 먼지조차 뽀얗게 일어날 듯 싶었다.
길 한곳에 서서 먼 산과 가까운 곳을 바라보던 인수는
'어서 봄이 왔으면...'
하고 생각한다.
그리고 다시 한번 동리를 멀리 앞에 두고 주춤하니 앉아있는 무학산을 바라본다.
무학산은 인수가 학교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에서 잘 보이는 정다운 산이었다.
사철을 가리지 않고 이 산이 좋았으나, 인수는 봄철에 바라보는 것이 더욱 좋았다.
그것은 봄철이 오면 진달래 꽃이 무학산 전체가 훨훨 타는 듯이 피는 까닭이었다.
멀리서 바라볼 때, 무학산이 붉은 빛, 한 빛깔로 온통 칠한 듯이 보였다.
꽃을 따기 위해서 동리 처녀와 총각들이 종일토록 모여들었다.